겨레말 blog
2022.05.25
매년 5월 넷째 주는 통일교육지원법에서 정한 통일교육주간입니다.
삼천리 방언곡곡
감자
이길재
겨레말큰사전 수석편찬원
최상규의 소설 『대춘』의 ‘통가리’는 쑥대나 겨릅대, 뜸 등을 엮어서 둥글게 둘러치고 그 안에 고구마나 곡식 같은 것을 채워서 쌓은 더미, 또는 그런 시설을 말한다. 어렸을 적 고향집에도 겨릅대를 결어 만든 통가리가 늘 윗방의 아랫목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안에는 고구마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런데 최상규의 소설에서처럼 그 통가리를 ‘고구마 통가리’라 하지 않고 ‘감자 통가리’라고 했다. 필자가 살던 고향, 전라도에서는 감자와 고구마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감자’라고 불렀다.
감자의 방언형들은 지역에 따라 꽤 다양하게 나타난다.
  • 감자, 감재, 감쟤, 감제, 감쥐, 감지
  • 가장구, 가쟁이
  • 갱개, 갱게, 갱기, 겡게
  • 군감자, 굴감자, 궁감자
  • 당개
  • 동글감자
  • 땅감자, 땅감재
  • 뚤렁이, 툴러이, 툴렁이
  • 보래감자, 보래감지, 보리감자, 보리감지
  • 부깜자, 북감, 북감자, 북감재, 북감저, 북감제, 붓감자, 붓감재
  • 산물, 지슬, 지슬감저, 지실(제주)
  • 알감자
  • 올감자, 올감재, 올감지, 울감자(평안, 황해)
  • 울렁지, 울령두(황해)
  • 이듬감자(충남)
  • 잠자(경남)
  • 하지감자, 하지감재, 하지감지, 하지마, 하직감자, 하짓감자, 하짓감재
‘감자, 감재, 감쟤, 감제’는 감자와 고구마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며, ‘감쥐, 감지’는 감자를 뜻하는 방언형이다. ‘감자, 감재, 감쟤, 감제’는 주로 전라, 제주, 충남, 평남, 황북, 중국 지역에서, ‘감쥐’는 함경 지역에서, ‘감지’는 강원, 량강, 함경 지역에서 쓰인다. ‘가장구, 가쟁이’는 강원도 영동 지역에서 주로 쓰이는데, 그 말뿌리를 전혀 알 수가 없다. ‘갱개’는 량강, 함경, 중국 지역에서, ‘갱게, 갱기’는 함경, 중국 지역에서, ‘겡게’는 함경 지역에서 나타나는 방언형들이다.
  • “새깃이 달린 제기루 {감쥐} 세 알으 바꿔 먹자던 삼봉이 청인이 되었다구?”《안수길: 북간도》
  • “보리허구 {감재는} 음곡이래서 해볕이 없어야 잘되는줄 알았는데 올해보니 그게 아니더구마느.” 《최국철: 간도전설》(중국)
‘군감자, 궁감자’는 경남 지역에서, ‘굴감자’는 함남 지역에서 참감자 혹은 진감자1)에 상대하여 감자를 이르는 방언형들인데, 이 방언형들에서 나타나는 ‘군, 굴, 궁’은 모두 ‘좋지 않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군감자, 궁감자, 굴감자’와 같은 방언형들을 사용하는 화자들은 고구마에 비해 감자가 맛이나 질적인 면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당개’는 평북 지역에서, ‘동글감자’는 전남 지역에서 쓰이는 방언형으로 감자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땅감자, 땅감재’는 경상, 강원 지역에서 쓰이는 방언형으로 ‘땅’과 ‘감자(재)’가 결합된 말이다. 이때 ‘감자, 감재’는 뿌리 열매인 ‘감자(甘-)’가 아니라, 홍귤나무의 열매인 ‘감자(柑子)’이다. 따라서 경상이나 강원 지역에서 ‘감자(甘-)’는 땅속에서 자라는 ‘감자(柑子)’라는 화자들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방언형들이다.
  • “우리집에는 손자들 줄라고 {땅감자로} 아직도 좀 숭구 묵어.”
  • “옛날에 무울 거 없을 때 {땅감자로} 우찌나 무웄던지 오새는 보기도 싫어.”
‘뚤렁이, 툴러이, 툴렁이’는 심마니들이 감자를 이르는 은어로 평북 지역에서 쓰이는 방언형들이다. ‘보래감자, 보래감지’는 황해도 지역에서, ‘보리감자, 보리감지’는 충남, 평남 지역에서 쓰이는 ‘자주감자’2)의 방언형들이다. ‘보래, 보리’는 모두 색깔을 나타내는 ‘보라’가 변한 말들이다. ‘부깜자, 북감, 북감자, 북감재, 북감저, 북감제, 붓감자, 붓감재’는 모두 ‘남감자’3)에 상대하여 감자를 달리 이르는 말이다. ‘북감’은 ‘북감자’의 준말로 전남, 제주 지역에서, ‘북감자’는 전라, 충남 지역에서, ‘북감재, 북감저, 북감제’는 전남 지역에서, ‘붓감자, 붓감재’는 전남, 충남 지역에서 쓰이는 ‘감자’의 방언형들이다. ‘북감자’는 ‘주먹감자’나 ‘돼지감자’의 전라 지역 방언형이기도 하다.
  • “먹기는유, 그저 보리밥 한 댕이에 {북감자} 삶아 먹은 것 밖에 더 있나?” 《유현종: 들불》
‘산물, 지슬, 지실, 지실감저’는 제주 지역에서 쓰이는 방언형들이다. 제주 지역에서는 원래 ‘감저’는 고구마를, ‘지실’은 감자를 의미하였다고 한다. ‘산물’은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상 ‘산에서는 나는 작물’이라는 뜻으로 감자를 지칭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알감자’는 ‘동글감자’와 마찬가지로 감자의 모양을 형상화한 이름으로 보이며, ‘올감자, 올감재, 올감지, 울감자’는 모두 접두사 ‘올-’이 결합된 방언형으로, 이때 ‘올-’은 ‘빨리 자란’의 뜻을 더하는 말이 아니라 ‘먼저’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가을에 수확하는 고구마보다 먼저 심어 키우는 ‘감자’를 지칭하는 것이다. ‘울렁지, 울령두’는 황해 지역의 방언형으로, 그 말뿌리는 전혀 알 수가 없으며, 충남 지역에서 쓰이는 ‘이듬감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경남 지역에서 사용하는 방언형 ‘잠자’는 ‘ㄱ’이 구개음화된 형태이며(기름>지름, 길>질 등), ‘하지감자, 하지감재, 하지감지, 하지마, 하직감자, 하짓감자, 하짓감재’ 등은 감자를 수확하는 시기가 절기로는 하지 무렵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겨레말큰사전》에 수록되는 ‘감자’의 방언형은 다음과 같다.
올림말 뜻풀이 분포 지역 변이형
감자 <감자(甘-)>와 <고구마>를 아울러 이르는 말. 전라, 제주, 충남, 평남, 황북, 중국 감재, 감쟤, 감제
감쥐 감자(甘-). 함경
감지 감자(甘-). 강원, 량강, 함경
가장구 감자(甘-). 강원 영동
가쟁이 감자(甘-). 강원 영동
군감자 <참감자>에 상대하여 <감자(甘-)>를 달리 이르는 말. 경남
굴감자 <참감자>에 상대하여 <감자(甘-)>를 달리 이르는 말. 함남
궁감자 <참감자>에 상대하여 <감자(甘-)>를 달리 이르는 말. 경남
당개 감자(甘-). 평북 당게
동글감자 감자(甘-). 전남
땅감자 감자(甘-). 경남 땅감재
뚤렁이 심마니들이 <감자(甘-)>를 이르는 은어. 평북
툴러이 심마니들이 <감자(甘-)>를 이르는 은어. 평북
툴렁이 심마니들이 <감자(甘-)>를 이르는 은어. 평북
보래감자 자주감자. 황해 보래감지, 보리감자, 보리감지
부깜자 <남감자>에 상대하여 <감자(甘-)>를 달리 이르는 말. 전남
북감 <북감자>의 준말. 전남, 제주
북감자 <남감자>에 상대하여 <감자(甘-)>를 달리 이르는 말. 전남, 충남 북감재, 붓감자,
붓감재
북감저 <남감자>에 상대하여 <감자(甘-)>를 달리 이르는 말. 전남 북감제
산물 감자(甘-). 제주
지슬 감자(甘-). 제주 지실
지슬감저 감자(甘-). 제주 지실감저
알감자 감자(甘-). 황해
올감자 <감자(甘-)>와 <고구마>를 모두 <감자(甘-)>라고 부르는 지역에서 <고구마>에 상대하여 <감자(甘-)>를 달리 이르는 말. 평안, 황해 올감재, 올감지,
울감자
울렁지 감자(甘-). 황해
울령두 감자(甘-). 황해
이듬감자 감자(甘-). 충남
잠자 감자(甘-). 경남
하지감자 <감자(甘-)>와 <고구마>를 모두 <감자(甘-)>라고 부르는 지역에서 <고구마>에 상대하여 <감자(甘-)>를 달리 이르는 말. 경북, 전라, 충남 하지감재, 하지감지, 하직감자, 하짓감자, 하짓감재
하지마 <감자(甘-)>와 <고구마>를 모두 <감자(甘-)>라고 부르는 지역에서 <고구마>에 상대하여 <감자(甘-)>를 달리 이르는 말. 전북
  • 1) ‘참감자’와 ‘진감자’는 ‘고구마’를 뜻하는 전남 지역의 방언형이다.
  • 2) 자주감자는 기름한 모양이며, 껍질은 푸른 자줏빛을 띠는 감자이다.
  • 3) ‘고구마’의 방언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