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blog
2022.05.25
매년 5월 넷째 주는 통일교육지원법에서 정한 통일교육주간입니다.
뜻풀이 깁고 더하기
평가절하
남초록
겨레말큰사전 책임편찬원
국어사전에 수록된 전문용어 중에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일반어로도 널리 쓰이는 것들이 있다. 다시 말해, 본래 전문용어였지만 특정한 전문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일상 언어생활에서도 빈번하게 사용하게 된 용어들이 있다. ‘평가절하(平價切下)’가 그 예인데, 기존 국어사전의 뜻풀이와 네이버 뉴스 기사에서 검색한 용례를 살펴보자.
국어사전 뜻풀이
《新語辭典》(1934)1)
『本位貨幣(金貨及銀貨)의 含有하는 金銀의 分量을 輕減식히는 것.
《표준국어대사전(웹)》
『경제』 본위 화폐에 포함된 순금의 양을 줄이거나 하여 통화의 대외 가치를 내리는 일. 통화의 대외 구매력이 약해지고 수출품의 외화 표시 가격이 내린다.
《고려대한국어사전》
[경제] 본위 화폐에 포함된 순금의 양을 줄이거나 하여 한 나라 통화의 대외 가치를 내리는 일.
뉴스 기사 용례
가
  • ①
    주요 20개국(G20)이 환율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지양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연합인포맥스, 2017.03.19.)
  • ②
    위안화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앞으로 평가절하의 길로 달려갈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아시아투데이, 2022.04.23.)
나
  • ①
    주부 가사노동가치의 평가절하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에서 찾아진다.(연합뉴스, 1995.05.12.)
  • ②
    펠레, 또 메시 평가절하 ‘아직 최고 아니다’(조이뉴스24, 2012.01.21.)
  • ③
    이번 전훈의 성과에 대한 지나친 평가절하는 가혹하다. 국내파 선수들은 비시즌 기간이라 몸 상태와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만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오마이뉴스, 2014.02.03.)
  • ④
    이 회장은 “해양산업은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치는데도 제값을 못 받고 그 가치를 평가절하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 해양산업의 위상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파이낸셜뉴스, 2022.04.26.)
‘평가절하’는 경제 분야에서 쓰이는 전문용어로 남측에서만 쓰이는 말이다.2) 먼저 용례
나
유형을 살펴보면 ‘평가절하’가 기존 국어사전에는 풀이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의미로도 쓰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
의 ①에서는 ‘가사노동가치’가 평가절하의 대상이고, ②에서는 스포츠 스타인 ‘메시’가 그 대상이다. ③에서는 ‘전훈의 성과’가, ④에서는 ‘해양산업의 가치’가 평가절하의 대상이다. 이를 통해 ‘평가절하’의 대상이 ‘통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가치를 따질 수 있는 ‘일’이나 ‘인물’, ‘성과’ 등으로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평가절하’는 전문용어로서의 의미가 확장되어 어떤 대상의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매긴다는 의미로도 널리 쓰이게 된 것이다. 따라서 확장된 의미를 새로운 뜻갈래로 추가하여 뜻풀이해 주면 어떨까 한다. 또한 확장된 의미로 쓰이는 ‘평가절하’의 파생어인 ‘평가절하하다’와 ‘평가절하되다’ 역시 일반어로서의 쓰임이 많으므로 《겨레말큰사전》에 새로이 수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3)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평가절하’가 새로운 의미로 쓰일 때 ‘평가’의 원어를 ‘平價’가 아닌 ‘評價’로 적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평가절하’의 의미를 어떤 대상의 가치나 수준을 낮게 ‘평가(評價)’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실제로 한글 전용 이전 시기의 신문 기사를 검색해 보면 달러나 엔과 같은 통화의 ‘평가절하(平價切下)’조차 그 원어를 ‘評價切下’로 잘못 적은 예가 적지 않다.4) 또한 ‘평가절하’와 대응되는 ‘평가절상(平價切上)’의 경우에도 확장된 의미의 용례가 보인다.5) 따라서 새로운 뜻갈래로 추가할 ‘평가절하’의 원어는 ‘平價切下’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한편 위에 제시한 전문용어 ‘평가절하’의 뜻풀이를 다시 살펴보면 용례
가
유형의 ①과 ②에 쓰인 ‘평가절하’의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기존 국어사전에서는 통화의 대외적 가치를 내리는 방법으로 ‘본위 화폐에 포함된 순금의 양을 줄이거나 하여’를 뜻풀이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과거에 금화가 국가 간 교역의 지불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통화의 가치를 일정한 무게의 금으로 정하던 금본위제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본위제도가 폐지된 1971년 이후에는 금을 대신하여 미국의 달러화가 다른 통화의 가치 척도가 됐다.6) 예를 들어 1달러에 1,000원이었던 환율이 1,200원으로 올라가면 원화의 가치는 그만큼 내려가게 되는데, 이때 우리는 ‘원화가 평가절하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제도가 변화하여 전문용어의 개념이 바뀌었다면 그것에 맞게 뜻풀이를 ‘깁고 더해’ 주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절하’의 뜻풀이를 아래와 같이 깁고 더해 보았다.7)
평가절하(平價切下) [명]
  • ①
    《경제》 환율의 상승으로 통화의 대외 가치가 내려가는 것. 수출품의 가격이 내려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수입품의 가격은 올라 수입에는 불리하다.
  • ②
    어떤 대상의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매기는 것.
  • 1)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근대신어 DB(http://waks.aks.ac.kr/rsh/?rshID=AKS-2012-EAZ-3101)
  • 2) ‘평가절하’에 대응되는 북측의 전문용어는 ‘평가인하’이다. 《조선말대사전(증보)》에 제시된 ‘평가인하’의 뜻풀이는 다음과 같다.
    평가인하[-까-] (平價引下) [명] 《경제》 국가가 단위화페의 금함유량을 줄여 화페의 돈값을 떨구는것. 자기 나라 화페가 다른 나라의 수중에 많이 들어가고 그것을 갚을만 한 금이나 상품이 없을 때 이런 정책을 쓴다.
  • 3) ‘평가절하하다’와 ‘평가절하되다’는 기존 국어사전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 4)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https://newslibrary.naver.com)의 1990년 이전 신문 기사에서 ‘評價切下’를 검색하였다.
  • 5) “그러나 2분기 실적에서도 확인했듯이 라인의 공격적인 성장이 지속되고 트래픽도 여전히 확대되고 있는 만큼 라인의 가치에 대한 평가절상(平價切上)은 계속될 것”(「증권가, 네이버 성장성 인정..라인 가치 회복 기대」, 이데일리, 2014.08.01.)
  • 6)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달러와 금을 교환하는 금태환 정지를 선언하고, 외국 정부가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 줄 것을 요구해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금본위제도가 폐지된 것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금융사전 ‘금본위제도’)
  • 7) 본고에서 제시한 뜻풀이는 필자 개인의 입장으로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의견과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