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방언곡곡

몽땅

이길재 겨레말큰사전 부장

“이 돈으로 느그 아부지 초상을 치러라. 천덕꾸러기 종으로 태어나서 여태껏 천대만 {받음시롱} 애잔흐게 살아왔응께 죽어서라도 호강 한번 {허시게} {꽃상애도} 내고 만장도 울긋불긋 바람에 날려주고, 또 멋이냐, {귀신돈도} {호빡} 띄워주그라.” 《문순태: 타오르는 강》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의 한 구절이다. 다른 말들은 쉽게 이해되지만 웬지 입에 가시처럼 걸리는 말들이 보인다. 바로 ‘받음시롱, 허시게, 귀신돈, 호빡’ 같은 말이다. ‘귀신돈’은 《겨레말큰사전》에 새어휘로 선정하여 올린 단어인데 ‘상여에 붙이는 종이꽃’으로 풀이되어 있다. 이 ‘귀신돈’을 붙인 상여는 특별히 ‘꽃상여’라고 부른다고 한다.

‘받음시롱’은 ‘받-’에 ‘-음시롱’이 결합된 것인데, ‘-음시롱’은 표준어 ‘-으면서’에 해당하는 전라도 방언형이다. ‘허시게’는 동사 ‘허-’에 토 ‘-시-’와 ‘-게’가 결합된 말이다. ‘허-’는 원래 ‘아래아(ㆍ)’를 가지고 있던 ‘ᄒᆞ-’가 ‘허-’로 변한 것이다. ‘ㆍ’는 1음절 위치에서 ‘ㅏ’로 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ㅓ’로 바뀌기도 하였다. 가령 표준어 ‘턱’의 15세기 형태는 ‘ᄐᆞᆨ’이었는데, 1음절에서 ‘ㅏ’로 바뀌지 않고 ‘ㅓ’로 바뀐 전형적인 예이다. ‘ㆍ’는 대부분 지역에서 소멸하였지만 아직도 제주 지역어에서는 그 음가가 그대로 남아 있다.

‘호빡’은 ‘있는 대로 모조리 다’의 뜻을 갖는 ‘몽땅’의 전남 방언형이다. ‘몽땅’에 대응하는 방언형들은 지역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나타난다. ‘ᄆᆞᆫ딱, ᄆᆞᆫ짝, ᄆᆡᆫ딱, 몬딱, 문짝, ᄒᆞᆫ그뚜르, ᄒᆞᆫ긋드로, ᄒᆞᆫ긋디로’는 제주지역에서만 나타나는 ‘몽땅’의 방언형들이다. 그런데 제주 방언사전이 아닌 대부분의 국어사전에서는 표제어에 ‘아래아(ㆍ)’를 표기하지 않기 때문에, ‘ㆍ’를 ‘ㅏ’로 표기하여 ‘만딱, 만짝’과 같이 등재하고 있다. 편찬 작업이 진행 중인 《겨레말큰사전》에서는 ‘만딱, 만짝’과 같이 표기하되 1음절 ‘ㅏ’가 ‘ㆍ’임을 보여주기 위하여 그 발음을 [ᄆᆞᆫ딱], [ᄆᆞᆫ짝]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 우리도 씨누의 일곱이랏자 {몬딱} 옛날 씨집 가부난게.
    (우리도 시누이가 일곱이었는데 몽땅 옛날에 시집 가버렸어.)

  • 메역 허영으네 놔둿당 밤의 가멩이 페왕 {문짝} 널엉.
    (미역을 해서 놔뒀다가 밤에 가마니 펴서 몽땅 널어.)

‘아부이채, 아비채, 오부뎅이, 아잡아’는 강원 영동지역에서만 나타나는 ‘몽땅’의 방언형들이다. ‘아부이채, 아비채’는 모두 ‘그대로’ 또는 ‘전부의’ 뜻을 더하는 토 ‘-채’에 ‘아부이, 아비’가 결합된 말인데, 이때 ‘아부이, 아비’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또한 이들은 ‘몽땅’의 뜻 이외에 ‘송두리째’의 의미로도 사용 된다. ‘오부뎅이’는 ‘오붓하다’, ‘아잡아’는 ‘다잡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오부뎅이’는 ‘오롯이’, ‘아잡아’는 ‘통째로’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 곶감으 할라고 감으 깎아 싸리 꼬지이에 꾀서 벽석에(벽에) 열어(널어) 말리는 중이었지. 그런데 누가 {아부이채로} 훔쳐 갔잖소.

  • 아무리 때거리가 없다해도 내년 봄에 심을 베씨(볍씨)까지 {아비채로} 먹아치면 어따하나?

  • 청밀밭골에 개똥참외거 비개 등거리만한 기 아홉 개나 달레 있었아. 읏지냑에두 말짱했는데 언눔이 {오부뎅이} 따갔아.

‘미두리, 오무동(등), 옹시미채, 통통이, 폭’은 모두 ‘몽땅’을 의미하는 방언형으로 북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방언형들이다. ‘모땅, 몹싹, 몽따, 몽딱, 몽뚝, 몽씬, 몽짱, 몽탁, 몽탕, 옴팍, 쫄딱, 호빡’은 여러 지역에서 두루 발견되는 ‘몽땅’의 방언형들인데, ‘모땅, 몽딱, 몽뚝, 몽씬, 몽탁, 몽탕’은 모두 ‘몽땅’과 관련된 방언형들이다. ‘모땅’은 주로 중국의 조선족 언어사회에서 사용하는 말로 ‘몽땅’의 1음절 음절 말 자음 ‘ㅇ’이 탈락한 형태이며, ‘몽따’는 경남 지역에서 조사된 방언형으로 ‘몽땅’의 2음절 음절 말 자음 ‘ㅇ’이 탈락한 것이다. ‘쫄딱’은 경남, ‘몹싹, 몽뚝, 몽씬’은 전남, ‘몽짱’은 충남, ‘몽탁’은 경상, 충북, ‘몽탕’은 전남, 함북, 중국, ‘옴팍’은 전북, ‘호빡’은 전남 지역에서 조사된 방언형들이다.

  • 백운산이 {몹싹} 목구녁으로 들어온다 그 말이여.
  • 짐칫가심을 뜯어서 {몽뚝} 싸서 이고 오다가 노리를(노루를) 만났어.
  • 술허고 괴기만 {몽씬} 묵어불고 가요.
  • 폐백 천냥을 주고 가야할 챔인디 백냥도 안 주고 {옴팍} 가지고 도망을 히번졌네.
  • 사람덜얼 {호빡} 모아 놓고는 일장 연설을 혀.

  • “수염을 {몽탁} 잘르고 온게지.” 《홍명희(1939): 임꺽정》
  • “고기 다져서 실컷 처먹여놓으니까 다른년들에게만 {몽짱} 쏟아놓는다는 거야.” 《정을병: 세이천》
  • “강 선생님 어머니한테서 보내 오는 돈을 {몽탕} 윤에게 바쳤지 뭐예요?” 《최정희: 인간사》

‘모당기리, 몽땅거리, 몽땅다, 몽창다, 몽창시리’는 ‘몽땅’과 의미는 같으나 그 말맛이 다른 방언형들이다. ‘모당기리, 몽땅거리, 몽땅다’는 ‘몽땅’을, ‘몽창다, 몽창시리’는 ‘몽창’을 힘주어 이르거나, 강조하여 이르는 말들이다.

  • {모당기리} 을맨교?
  • 이거저거 따지지 말구 {몽땅다} 주삐리라.
  • 그 길던 머리를 {몽창시리} 끈었다카대.
  • 꽂감으 살강에 올리놨디만 {몽창다} 다 빼 머뿠다네.
  • 점잖던 사람이 우예 그꼬 변했는 동. 그 집에 {몽창시리} 절딴났다카드만.

규범어 ‘몽땅’은 지역에 따라서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는 단어이다. 비규범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방언들이 역사의 한편으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필자가 해 오고 있는 일들처럼 이러한 어휘들을 수집하여 기록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겨레말큰사전》에 등재될 ‘몽땅’의 방언형들을 정리하며 언젠가 이러한 말들이 세상에 나와 다시 빛을 보게 되기를 바라본다. 겨레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