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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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위평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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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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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37
방언, 우리말의 풍요로움을 더하다
글 위평량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특별연구원

남북한이 통일이 되어 일제히 전국 군 단위, 또는 면 단위 면밀한 방언 조사를 진행하고 전국 방언지도를 완성하는 일, 우리말과 방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져 보았을 간절한 소망일 것이다. 이와 같은 완벽한 언어지도가 완성될 수 있는 날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리고 분단된 지 8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겨레말큰사전》이라는 거대한 사업이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머지않아 우리 앞에 곧 선보여 이 안타까움을 달래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료의 한계로 인하여 부족했던 전국 단위 방언 연구와 이에 따른 전국 방언지도 제작 등의 작업도 이어지리라고 본다.
타 지역 사람과도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길
최근 많은 매체에서 한반도 각 지역의 여러 방언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음을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영상 콘텐츠 에서 고향이 다른 북향민들이 만나 서로 간의 언어와 풍속의 차이를 소개하고, 또 남한의 색다른 말을 사용하는 방언 화자들이 만나서 재미있게 구성한 패러디나 재미를 끄는 즉석 구성 영상 등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본다. 이러한 관심이 담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방영하는 일도 전국적으로 이질적인 다른 지역의 말과 문화에 좀 더 친숙해지고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필자도 이러한 분위기에 조금이라도 부응해 보고자 분에 넘치게 졸저 『팔도 말모이(2022)』(어휘편)와 『팔도 말모이 대화와 어법(2025)』이란 책을 펴내었다. 평소에 언어지도에 관심을 가지고 학위논문(전남, 경남 접경지역의 언어 연구)을 쓰고 또 남한의 군 단위 『한국방언자료집』(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7~1995)을 근거로 꾸준히 남한의 방언지도를 제작해 보면서, 혹시 한반도 전역의 방언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일반인에게 개괄적인 남북한 전체 모습이라도 소개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렇게나마 얼개를 꾸려보고 싶었고 두 권의 책으로 선을 보였다. 물론 켜켜이 쌓인 선학분들의 연구와 조사자료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바가 크고 책의 내용도 엉성하지만 그래도 한국인 누구든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지역별 전국 방언 분포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
필자는 그동안 방언을 조사하고 연구하면서 이러한 작업이 누구라도 우리의 전통 방언에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고, 또 다른 지역의 말에도 관심을 갖고 타 지역 사람과도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가령 만약 누군가가 ‘부추’에 대하여 어떤 지역의 말은 ‘솔’인데, 이 말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우리 지역과는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쓰이고 있고, 또 한반도 전체로 본다면 그 분포는 어떠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면, 아마 각 지역의 방언사전을 찾기도 할 것이고 지역별로 잘 정리된 자료를 펼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확인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전공자가 아니라면 자료 접근도 쉽지 않을 것이다.

방언지도는 가독성과 전달의 용이함이 장점이다
필자는 이러한 궁금증을 가진 누군가에게 쉽게 방언 자료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해 왔다. 그러다 처음 엮어낸 책이 『팔도 말모이』였고, 내용 중 ‘부추’의 전국 방언지도를 그려 본 것이 [지도1]이다. 이와 같은 언어지도를 제작하여 보여주는 방식이 다양한 지역별 방언 자료를 한눈에 시각화하여 전달하기가 가장 쉽고 편리한 방법일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지역별 방언 자료를 다루어 왔음에도 실제 방언지도를 그려 놓고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각 방언형에 대한 분포 상황이 한눈에 선명하게 그려진 것을 보고 처음 의도한 출간의 의도가 결코 욕심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늘 익숙한 말이지만 지도를 통하여 필자 자신도 ‘솔’과 ‘정구지’라는 말은 우리나라 어떤 지역에 어떤 정도로 분포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으며,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북한에서 사용되는 말이 ‘염지’, ‘푸초’였다는 사실도 뚜렷하게 알게 되었다.
이처럼 방언지도의 장점은 무엇보다 가독성과 전달의 용이함에 있다. 그리고 여기에 독자의 관심과 흥미가 더해진다면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말이 지역마다 달라도 따뜻하게 소통할 준비가 필요하다
『팔도 말모이』(어휘편)를 쓰고 이에 더하여 미흡하지만, 누구라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각 지역별 높임법, 음운 현상, 그리고 형태와 통사 등에 관하여도 개략적인 언어지도를 그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출간된 책이 『팔도 말모이 대화와 어법』이다.
예를 들어 다음 [지도2]를 통하여 각 지역별 ‘아주높임 의문형’의 대표형에 대하여 그 분포도를 보여주고, 이어지는 [표1]을 통하여 지역별 다양한 표현에 대하여도 소개를 하였다.
[표1] ~습니까: 아주높임 의문형 종결어미 전국 분포

서울, 경기 지역 이외의 다양한 표현들이 표준어가 아니라고 해서 결코 우스꽝스럽거나 수준이 낮은 말이 아니며 표준어가 우수하고 격이 높은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토속방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다음은 “할아버지, 강아지 왜 파셨습니까?(표준어)”에 대한 지역별 발화 모습이다.

“클아바이, 개애지 왜 폴았슴둥/폴았슴까?”(함경도)
“클아버지, 가이새끼 왜 팔았습네까?”(평안도)
“하나부지, 개애지 왜 팔았시꺄?”(황해도)
“할아버지, 강아지 왜 팔았습니꺼?”(강원도)
“할아버지, 강아지 왜 파셨습니까?”(경기도)
“하라부지, 강아지 왜 팔았시유?”(충청도)
“할배요, 강생이 와 팔았능교/팔았니껴?”(경상도)
“하나부지, 갱아지 왜 폴았능게라우?”(전라도)
“하르버지, 강생이 무사 앗수꽈?”(제주도)
위의 말 중에서 어느 말이 가장 바람직하고 품위 있고 그야말로 우리나라 표준어가 될 자격이 있는 좋은 말일까? ‘~파셨습니까?’는 서울에서 쓰기 때문에 대표성을 띤 말일 뿐이다. 나머지 모든 지역의 말도 다 소중하고 등한시해서는 안 될 소중한 말인 것이다.
이처럼 모든 자기 지역의 말은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방언화자 누구에게나 가장 정겹고 친숙한 말일 것이다. 반면에 처음 듣는 말은 어색하고 때론 거북하기까지 느껴질 수도 있다. 이제라도 더욱 전국적인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현시대에 들어 어휘나 억양, 말투가 다른 지역 사람들과 교류할 때 서로 오해함이 없이 따뜻하게 소통할 준비를 해 나가야 하리라고 본다.
우리말의 풍요로움을 더해 주는 팔도 말모이
이 책은 이러한 방향에 대한 작은 꿈틀거림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부족하나마 쉽게 우리 방언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도를 한 무모할 만한 용기가 조심스러울 뿐이지만, 머지않아 더 완벽하고 풍부한 해설을 곁들인 진정한 남북한 언어지도가 나오게 될 것이기에 그렇게 조심스럽지만은 않다. 특히 이제 곧 선보이게 될 역사적 과업인 《겨레말큰사전》은 이러한 염원에 대한 기폭제가 되리라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부연하자면 위의 두 책을 제작하고 지도를 그리는 데 필요한 자료는 지금까지 선학분들이 조사, 연구해 놓은 수많은 역저에 의지하며 나름의 가장 객관적인 통계 지표를 활용하였다. 또 실제 남북한의 자료가 상당한 시대 차가 존재하는데, 대체로 남한은 1980년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를 활용하였고, 북한은 대체로 1945년 분단 이전의 학자들이 조사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연구 자료를 기초로 확인을 거듭하였고 북한 지역의 누락된 부분은 북향민들과의 꾸준한 만남으로 보완하려고 노력하였다. 물론 지도의 정확성이나 해설의 오류 등 그 모든 부족함의 책임은 온전히 필자에게 있다.
아울러 선조들의 전통적 삶의 정신과 정서를 담고 있는 각 지역의 말들이 소외되지 않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도 소멸되지 않도록, 그리하여 지역의 고유한 전통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안을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도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하리라고 본다. ![]()
위평량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특별연구원.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방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겨레말큰사전》에 수록될 전라남도 어휘를 수집했다. 현재 호남학연구원에서 방언 관련 저서를 꾸준히 펴내고 있으며, 현장의 살아 있는 용례가 실린 방언사전을 만들기 위해 방언 조사를 다니고 있다. 『전라도 말의 뿌리』, 『팔도 말모이』, 『사라져가는 전라도 말의 뿌리』, 『팔도 말모이 대화와 어법』, 『말의 자리』(공저), 『남도 음식의 언어와 문화』(공저) 등을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