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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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최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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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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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525
오호츠크해기단/오호쯔크해기단
글 최성규 겨레말큰사전 선임편찬원
‘오호츠크해기단’은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단어이다. 비록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일기예보에 이따금 나오는 말이므로, 이 말이 사람들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 같다. 북녘에서는 ‘오호쯔크해기단’이라고 하니 남북 사이에 ‘ㅊ’과 ‘ㅉ’의 표기 차이가 있으나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이 글에서는 표기보다 뜻풀이의 차이를 짚어 보려 한다. 남녘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녘의 《조선말대사전》에서 이 단어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나온다.

그다음 문장에서는 이 기단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나타나는 기상 현상을 설명하였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장마’를
이야기했는데, 《조선말대사전》에는 ‘랭해(냉해)’가 들어있다. 반대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냉해가 없고 《조선말대사전》에는 장마가 없다. 남녘의 사전과 북녘의 사전이 대표로 제시한 기상 현상이 서로 다르다. 남북을 아우르는 사전을 고민하는 편찬자로서는 그저 넘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된다.
백과사전은 전문용어에 대해 국어사전보다 더욱 자세한 설명을 담고 있다. 남녘 《두산백과》의 '오호츠크해기단'과 북녘 《조선대백과사전》의 '오호쯔크해공기떼' 항목에 관련된 내용이 들어있다. 지면 관계상 일부를 줄이고(남녘 자료는 인터넷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냉해 및 장마와 관련된 곳에 밑줄을 쳐 보이면 아래와 같다.

남녘의 백과사전에서는 ‘장마’가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장마’라는 단어가 여러 번 나오기도 하고, 이것을 따로 다루는 하위 항목도 마련되어 있다. 한편 ‘냉해’라는 단어는 없고 그 대신 ‘냉습한 기온’이라는 표현이 보이는데, 장마에 비하면 관련된 설명의 분량이 훨씬 적다. 반면에, 북녘 백과사전에서는 ‘랭해(냉해)’가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기온이 낮다는 점 외에도 안개나 이슬비 등등 부연 설명이 덧붙어 있다. 반면 ‘장마’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 국어사전에서 보았던 양상과 마찬가지이다.
범위를 더 넓혀서, 《두산백과》에서 '오호츠크해고기압'을 찾으면 ‘냉해’가 언급되기는 한다. 《조선대백과사전》에서도 '오호쯔크해고기압'을 찾으면 ‘장마’가 나타난다. 따라서 남녘에서나 북녘에서나 장마와 냉해 모두가 이 기단과 관련되어 언급된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현상의 비중이나 영향력은 남북 간에 차이가 있는 듯하다.
냉해에 관해서는 상식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남쪽이 따뜻하고 북쪽이 서늘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분단이 오래 지속되면서, 남녘에서는 한반도 북부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나 문제들을 덜 겪다 보니 그 중요도가 낮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북녘 《조선대백과사전》의 '랭해' 항목을 찾으면 이 현상이 ‘동해안 북부지방’과 ‘북부 내륙지방’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남녘 《두산백과》의 '냉해' 항목에서는 냉해가 어느 지역에서 두드러진다는 설명이 없다. 남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냉해' 항목에서는 ‘고위도지방과 산간지대’에서 많다고 하여 일반론의 성격을 띤 지리 정보가 조금 더 들어있을 뿐이다. 남녘 백과사전에서는 냉해를 어느 특정 지역권의 일로 뚜렷이 짚지 않는 경향이 보인다.
장마에 관해서도 살펴보자. 북녘 《조선대백과사전》에서도 장마는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정의되어 있고, “우리 나라는 7∼8월이 장마철”이라고 설명되어 있으니 남녘의 상식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2) 다만 《조선대백과사전》의 '장마'에는 ‘오호쯔크해기단(∼공기떼, ∼고기압)’이라는 말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장마 전선 그 자체보다는 그 주변의 계절풍이나 습기의 이동, 저기압성 요란(불안정) 등을 장마의 주요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남녘 《두산백과》의 '장마' 항목에서도 “……이 전선을 따라 저기압이 서에서 동으로 이동되어 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날씨는 6월 말경부터 7월 말까지 흐리게 된다.”라는 말이 있으니, 장마와 저기압이 관련된다는 점은 남북 공통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장마와 ‘오호츠크해(오호쯔크해) 기단’의 관련 정도에 주목한다면 남북의 견해차가 있어 보인다.
이제까지 많은 내용을 살펴보았지만, 결국 요점은 ‘오호츠크해(오호쯔크해)기단’의 뜻풀이를 국어사전의 양식에 맞게 다듬어 넣는 것이다. 남녘 국어사전의 장마와 북녘 국어사전의 냉해 모두가 타당성을 지녔다고 인정하고, 둘을 아울러 풀이하는 쪽이 무난할 것이다. 그렇게 뜻풀이를 써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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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류샨 열도 전체는 미국 알래스카에서부터 러시아 캄차카반도 사이에 늘어서 있으므로 그 전체의 남쪽으로 이해한다면 대단히 넓은 범위가 된다. 《조선말대사전》의 뜻풀이가 북태평양 북부의 드넓은 지역을 두루 포함하여 가리키려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2) 《조선말대사전》의 '장마'에서는 8월 하순의 장마를 꽤 비중 있게 다루었다. 남녘에서는 가을장마라고 부르는 것이나 그리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이 점에 주목한다면 장마 현상 또한 남북 사이에 차이가 있기는 있는 셈이다.
최성규
겨레말큰사전 선임편찬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2년 입사해 현재 편찬2부 선임편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