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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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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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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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968
‘능즐매’와 ‘왼하다’
변영수 겨레말큰사전 편찬부장
카자흐스탄은 1864년 함경도에서 연해주로 이주한 한인들이 소련의 강제 이주 이후에 집중적으로 머물렀던 지역 중 한 곳이다. 연해주로 이주한 한인들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여 1926년 기준 재소 한인 중 98.9%가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쓰는 어휘는 함북 방언과 깊은 유사성이 있지만, 러시아어, 우즈베크어, 카자흐어 등 주변 언어에도 영향을 받아 실제로 재소 고려인과 한국인의 언어소통을 위한 또 다른 재소 고려인의 통역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1)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이하 사업회)에서는 우리 민족의 언어문화 유산을 수집하고 보호하며 이를 정리하는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의 하나로 해외 교민이 쓰고 있는 한국어 중 기존 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되지 않은 새어휘를 현지 방언 조사의 방법으로 채집하여 사전에 수록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그 조사·채집 지역 중 한 곳이다. 카자흐스탄 지역어는 기존 사전의 표제어와 유사한 형태도 있고, 전혀 다른 형태와 의미를 가진 것도 있어 어휘 유형이 다양하다.2) 그 가운데 이 지역에서만 고유하게 쓰이는 것으로 판단되는 어휘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공니사 [명] 국가에서 관리하고 운영하는 상점. | {공니사에} 파는 물건이느 좀 눅지비.
능즐매 [명] 몸집이 커서 행동이 둔하고 느린 사람. | 둔한 사름으 {능즐매라구} 한다.
방천구니 [명] ① 셋방이나 셋집을 빌려 사는 사람. | {방천구니느} 우리 집에 한 칸으 차질 했다. ② 하숙인. | {방천구니르} 한나느 구해야 하지 않겠슴. [방천+-구니(<-군+-이)] 승가 [명] ① 시샘. | {승가가} 많은 여자. ② 질투. | {승가르} 하고 대닌다 합데.
왼하다 [형]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 | 이 동니느 {왼한} 사름들으 마이 산다. [왼+하-+-다] |
기존 국어사전에는 등재되지 않고 이 지역에서만 쓰이는 어휘는 ‘공니사’와 같은 장소, ‘능즐매, 방천구니’와 같은 사람, ‘승가, 왼하다’ 같은 상태나 특성을 나타내는 어휘 등 다양한 층위에서 확인된다. 이들은 사전에서 제시한 뜻풀이가 없다면 용례의 정확한 쓰임을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공니사’는 남에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기도 해서 용례만 보았을 때에는 그 의미나 쓰임을 짐작할 수가 없다.
현재 이 지역의 한국어 사용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카자흐스탄공화국 정부가 카자흐어를 공화국 내 공식 언어로 채택함으로써 해외 교민이 쓰는 한국어는 점차 소멸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사업회 차원에서도 현지 지역어 조사 이후 시간이 많이 흐른 시점이어서 어휘의 정밀한 쓰임이나 용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겨레말큰사전》의 편찬을 위해서도 해외 교민이 쓰고 있는 이러한 유형의 어휘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조사, 채집할 필요가 있다.![]()
1) 임채완(1999), 「중앙아시아 한인연구_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언어적 정체성과 민족의식」, 『연구총서5』, 전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p.1-27.
2) 변영수(2021), 「《겨레말큰사전》에서 조사․채집한 해외 교민의 한국어 유형_카자흐스탄 지역을 중심으로」, 『겨레어문학 66』, 겨레어문학회, p.5-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