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탐구

영상 시대, 겨레말큰사전을 널리 알려라!

윤석정 겨레말큰사전 부장

‘겨레말’ 혹은 ‘겨레말큰사전’을 검색한다면

4년 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비디오 퍼스트(동영상 최우선)’ 전략을 선언하며 “앞으로 5년 안에 동영상이 글과 사진을 뛰어넘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동영상이 넘치는 시대가 됐다. 더욱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발전과 함께 소셜미디어, 동영상 소비가 전 연령층으로 확대됐다. 특히 1020세대들은 텍스트, 이미지보다 영상을 선호하고 유튜브로 영상을 검색한다. 이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게 익숙하다.

과거에는 시청자들이 TV 방송 프로그램 편성에 맞춰 영상을 소비했다면 이제는 동영상 플랫폼에서 보고 싶은 프로그램 동영상을 찾아서 시청한다. 그렇다 보니 방송사들도 경쟁적으로 동영상 플랫폼에 진출했다. 최근 정부 부처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기업에 이르기까지 소셜미디어 활동에 집중하고 앞다퉈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동영상 플랫폼과 소셜미디어가 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여겨진다.

우리 편찬사업회도 작년부터 영상 시대에 발맞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고, 올해 5월 마침내 ‘겨레말TV’를 개국했다. 처음 겨레말TV 탄생을 예고했던 곳은 지난해 11월 시민청에 설치한 ‘겨레말큰사전 홍보관’이다. 편찬사업회는 그동안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의 성과와 편찬과정 등을 국민에게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 국민 누구나 직접 찾아올 수 있는 홍보관을 시민청 내에 설치했다. 홍보관 속 겨레말TV는 EBS, MBC, KBS에서 방영한 영상들과 편찬사업회에서 제작한 홍보 영상을 연속 상영해왔다. 이번에 개국한 겨레말TV의 여러 프로그램별 영상을 홍보관에서도 상영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홍보관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임시 휴관 중이다.

▲ 시민청 내 겨레말큰사전 홍보관 ‘해살이관’에 있는 겨레말TV

다섯 가지 남과 북의 언어생활 방송

지난 1월 겨레말TV 기획을 시작하면서 ‘남과 북의 언어생활 방송’을 표어로 삼았다. 편찬사업회는 2005년부터 남과 북이 협력해 공동의 국어사전 《겨레말큰사전》을 편찬하는 기관이고 통일 이후 하나 된 겨레가 일상생활에서 함께 사용할 말들을 사전에 모았기 때문이다. 미리 유튜브와 네이버TV에 겨레말TV 채널을 개설하고 표어를 걸었지만 편찬사업회와 《겨레말큰사전》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영상 콘텐츠가 고민이었다.

우선 기획홍보부는 겨레말TV를 제작하고 운영하는 주관부서로서 매주 1회씩 방영할 각기 다른 네 가지 방송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그런 다음 2월 7일, 사업회 편찬원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직접 출연할 수 있도록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겨레말TV 제작 취지와 프로그램 방향을 설명했다. 그날 출연자 모집 계획과 영상 콘텐츠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사전을 편찬하는 일과 방송에 출연하는 일 사이의 틈은 너무 컸을까. 일주일 지나 공모 마감을 했을 때 선뜻 출연하겠다는 사원이 없었다. 다행히 한 편찬원이 북한의 요리책을 따라 요리를 하는 쿡방1)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이 제안으로 〈사전을, 료리하다〉 프로그램이 탄생했고 올해 3회(6월, 8월, 11월) 촬영해서 방영하기로 했다.

3월에는 겨레말TV의 다섯 가지 방송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며 출연진을 섭외했고 영상 제작 업체를 선정했다. 결과적으로 〈겨레말을 지키는 사람들〉은 씨앤씨플랫폼, 〈용례 독독(讀讀)〉과 〈사전을, 료리하다〉는 MBC C&I, 〈사전을, 사전하다〉는 900km, 〈‘외않되?’ 왜 안 돼?〉는 무진영상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했다. 4월에는 본격적으로 영상 제작에 들어갔다.

겨레말TV 프로그램은

〈겨레말을 지키는 사람들〉은 편찬사업회 이모저모 소식을 샅샅이 살피는 ‘은주의 겨레말 톺아보기’와 겨레말을 사랑하고 지키는 인물을 인터뷰하는 ‘윤PD가 만난 사람’으로 나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겨레말 톺아보기’는 경영관리부 소속 사원과 가상의 신입사원 그래미 씨가 등장한다. 사업회에 대한 그래미 씨의 궁금증을 은주 사원이 친절하게 설명하는 형식이고 ‘윤PD가 만난 사람’은 언어학자, 시민운동가, 전문가 등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다.

〈용례 독독(讀讀)〉은 편찬실장과 각 부서의 부장들이 출연해 주제어를 가져와 《겨레말큰사전》에 수록될 용례를 읽고 주제어의 뜻풀이와 언어의 변화 과정, 경험담을 풀어낸다. 이 프로그램은 사업회 편찬실 구성원들을 소개하고 용례(남측, 북측, 중국(연변)의 문학 작품)가 풍부한 《겨레말큰사전》의 특징을 부각하고자 기획했다. 〈사전을, 사전하다〉는 사업회의 편찬원이 기획부터 대본 구성, 출연까지 도맡아 진행한다. 한국어 사전과 외국어 사전을 비롯해 전문용어 사전, 신조어 사전, 식물도감, 백과사전 등 다양한 사전을 소개하고 사전의 의미, 사전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외않되?’ 왜 안 돼?〉는 평소 동영상 콘텐츠에 관심이 있던 편찬원과 함께했다. 이 프로그램은 주인공 지적맨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틀리는 말, 헷갈리는 말을 바로잡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상황극이다. 극 중 인물로는 지적맨과 함께 백수 오빠와 직장인 여동생이 출연한다.

▲ 5월에 개국한 겨레말TV의 마중그림들

‘시작’의 마음으로

이처럼 겨레말TV는 편찬사업회와 《겨레말큰사전》의 특징을 살리고 구독자들이 관심을 끌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심해 영상을 제작했고 5월에 공개했다. 지금까지의 반응을 구독자 수와 조회 수로 보자면 한 달이 지나 150명이 겨레말TV를 구독했고 2000명 이상이 영상을 조회했다. 대중의 흥미를 끄는 영상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겨레말’도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시작이 반’이라고는 하지만 《겨레말큰사전》을 널리 알리는 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편찬사업회는 매번 ‘시작하는’ 마음으로 겨레말TV의 알찬 내용을 준비하고 새로운 영상을 제작할 것이다. 겨레말

  • 1) 출연자가 직접 요리를 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방송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