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F인쇄 지난호보기
겨레말은 겨레얼 입니다 겨레말큰사전 누리판

뜻풀이 깁고 더하기

늑대와 승냥이

_ 이윤경 / 겨레말큰사전 연구원

‘늑대’와 ‘승냥이’는 모두 갯과(科)의 포유류에 속한 종(種)이다. 포유류 가운데 주로 육식을 하는 짐승을 식육목(食肉目)이라고 한다. 식육목은 대개 이가 날카롭고 발톱과 송곳니가 발달하였으며 성질이 사납다는 것이 특징이다. 식육목 가운데 한 과인 갯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져 있고 폭넓은 적응력을 지녔으며 일반적으로 주둥이가 길고 후각이 예민하다. 우리나라에는 여우, 너구리, 늑대 등의 종이 퍼져 있다.
  ‘늑대’는 개와 비슷하나 머리가 가늘고 꼬리를 위쪽으로 향하여 구부리지 않고 항상 늘어뜨리는 점이 차이가 있다. 늑대는 보통은 가족 단위로 생활하지만 겨울에는 여러 가족이 모여 큰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1)
  ‘승냥이’는 늑대와 비슷하나 몸집이 조금 작으며 주둥이와 다리가 짧고 꼬리가 아래로 늘어져 있다. 다른 갯과의 동물과는 달리 아래쪽의 잇몸에 난 어금니 한 쌍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바위산이나 떨기나무 숲에 살며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2)
  백과사전에서는 늑대와 승냥이를 이와 같이 관찰이 가능하고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성으로 풀이하고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동물을 평가하여 특별한 관계를 맺거나 의인화한 표현을 하곤 한다. 집짐승인 ‘돼지’는 생물학적인 풀이 이외에 국어사전에서는 미련하거나 탐욕스러운 사람, 많이 먹는 사람, 몹시 뚱뚱한 사람으로 풀이한다. 이는 주로 동물을 의인화하거나 동물의 행동을 사람의 행동에 비유하여 풀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의인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은 백과사전에서는 제시하기 어려운데 국어사전에서는 비유적인 풀이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과 ≪조선말대사전≫에 실린 ‘늑대’와 ‘승냥이’의 뜻풀이는 각각 아래와 같다.
사전 늑대 승냥이
표준국어대사전 ① 갯과의 포유류. ~.
② 여자에게 음흉한 마음을 품은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인도들개(갯과의 포유류).
조선말대사전 사나운 짐승의 한 가지. ~. ① 개과에 속하는 사나운 짐승의 한 가지. ~.
② 포악하고 교활한 제국주의 침략자나 흉악하고 악독한 자를 비겨 이르는 말.
위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첫 번째 뜻풀이에서는 남과 북이 모두 생물학적인 풀이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남과 북은 ‘늑대’와 ‘승냥이’를 의인적으로 비교하여 인식하는 부분에 차이가 있다. 남쪽은 ‘늑대’에 인격을 부여하고 북쪽은 ‘승냥이’에 인격을 부여하여 각각 ‘음흉한 사람’과 ‘포악하고 교활한 사람’을 비유하는 풀이를 더하고 있다.
  이것은 ‘늑대’의 경우 남쪽의 언중이 ‘사나움’, ‘음흉함’의 속성을 지닌 대상으로 인식하는 반면에 북쪽의 언중은 사나운 속성을 지녔으나 음흉한 속성을 지닌 대상으로는 인식하지 않는 것을 풀이에 반영한 것이다. ‘승냥이’의 경우에도 북쪽의 언중은 ‘승냥이’를 ‘사나움’, ‘흉악하고 악독함’의 속성을 지닌 대상으로 인식하는 반면에 남쪽의 언중은 사나운 속성을 지녔으나 흉악하고 악독한 속성을 지닌 대상으로는 인식하지 않는 것을 풀이에 반영한 것이다.
≪조선대백과사전≫에 실린 ‘승냥이’의 풀이 일부와 문헌에 나타난 예문은 아래와 같다.
사전 승냥이
조선대백과사전 개과의 한 종. 로씨야의 원동 지방으로부터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퍼져 있으며 ~ 승냥이는 음흉하고 교활하며 잔인한 것에 대한 대명사로 되고 있다.
<북 예문>
  “늙다리 승냥이 같으니라구. 내가 백만장자로 되는 게 배 아픈 모양이지. 협잡으로 장군 모자를 뒤집어쓴 주제에!” 하며 프레스톤은 악의에 차서 그에게 쑹얼거렸다.<저자:박태민><출전:성벽에 비낀 불길>
  돈 한푼 쥐면 손에서 땀이 난다는 일본 땅, 돈을 위해서는 승냥이가 되여야 한다는 그 저주로운 땅에서는 누구도 그를 동정해 주지 않았다.<저자:박상민><출전:삶의 뿌리>

<남 예문>
  일본은 인두겁을 쓴 탐욕스러운 승냥이로구먼.<저자:이수광><출전: 나는 조선의 국모다>
지금까지 남북의 국어사전에서 늑대와 승냥이라는 일례로 동일한 대상에 대한 남북 언중의 인식 차이를 확인하였다. 앞으로 남북의 말을 아우르는 사전을 편찬할 때 이와 같은 인식 차이를 잘 드러낼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통하여 교류 시대나 통일 시대에 남과 북의 언중이 언어생활에서 서로 다른 점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서로 오해 없이 소통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한편 ≪겨레말큰사전≫에서는 남과 북의 사전 이용자가 동물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풀이를 사전에 반영하기 위하여 협의하고 있다. 세부 원칙과 내용은 그동안 남쪽과 북쪽의 사전 편찬자들이 몇 차례에 걸쳐 협의하였으며, 그 최종 협의 결과를 동물 풀이에 반영하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의 협의 결과를 토대로 하여 ‘늑대’와 ‘승냥이’의 뜻풀이를 보이면 대략 아래와 같다.3) 겨레말
‘늑대’의 ≪겨레말큰사전≫ 기본 뜻풀이
① 개와 비슷하나 머리가 좁고 길며 성질이 사나운 짐승.
② 주로 여자에게 엉큼한 마음을 품은 남자.

‘승냥이’의 ≪겨레말큰사전≫ 기본 뜻풀이
① 늑대보다 작고 꼬리가 길며 산이나 떨기나무 숲에서 사는 성질이 사나운 짐승.
② 아주 포악하거나 교활한 사람.
1)
≪두산백과사전≫, ≪표준국어대사전≫ 등의 ‘갯과’, ‘늑대’ 참조
2)
≪두산백과사전≫, ≪표준국어대사전≫의 ‘승냥이’ 참조
3)
아래 풀이는 글쓴이의 견해이다. 《겨레말큰사전》의 의견이 아님을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