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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고 같은 남북 건설 분야 용어

_ 서소영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통상·남북협력센터 연구원

“막대폰을 사용하다 재작년에 타치폰으로 바꿨고 게임은 주로 봉사시장에서 새로 받습니다.” 올해 북한 이동통신에 관한 새터민 인터뷰에서 들은 답변이다. 답변을 들은 순간 각 단어의 의미를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막대폰’은 ‘폴더폰’을, ‘타치폰’은 ‘스마트폰’을, 그리고 ‘봉사시장’은 ‘앱스토어(AppStore)’을 의미한다. 북한도 최근 북한의 정보통신 용어는 해외도서 및 컨텐츠의 유입으로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데,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이동통신 관련 용어들을 이해할 수 없다면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 학술용어들은 또 얼마나 다를까?
남북의 정보통신 용어는 일반어의 경우 ISO국제 표준어를 사용하여 상호 소통이 가능하나 전문어의 경우 남측은 일본식 한자 표기법, 북측은 러시아 발음 표기법으로 상이하게 사용하고 있다. 북한의 정보통신 용어가 남측과 상이한 것은 북한의 기술발전과정과 언어정책이 다르며 남북 간 용어 사용이 다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상호 간 기술 공여국이 다른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분단 이후 북측은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러시아어식 전문용어의 형태로 변화되었고 남한은 영어식으로 변화하였다. 이로 인해 북한의 정보통신 용어에서 러시아 발음을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일례로 케이블(cable)을 ‘까블’ 또는 ‘까벨’, 벡터(vector)를 ‘벡토르’로 표기한다. 또한 ‘구동기’, ‘인터네트’등 일본식 한자어와 영어 표기식도 찾아볼 수 있는데 북측의 정보통신 발전 초기 수많은 도서들이 일본으로부터 반입되었기 때문이다(통일교육원, 2009). 북한은 조선말 순화 정책의 영향을 받아 고유어 표기를 지향하고 있으나 국립국어원 2017년 통계에 따르면 남측의 정보통신분야 전문용어 50,008개 중 순우리말은 0.2%, 한자어 37%, 외래어 19%, 혼종어는 42%를 차지하여 남북 정보통신분야 용어는 다를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남북의 용어차이는 다음과 같이 크게 4가지로 분류 될 수 있다.
첫째, 두음법칙의 적용 차이를 보인다. 북측은 두음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연결(link)’를 ‘련결’, ‘논리(logic)’를 ‘론리’로 ‘ㄹ’로 시작하는 글자도 단어의 맨 앞에 올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접해 온 북측의 일반 언어와 차이가 다르지 않다.
둘째, 외래어를 우리말로 표기할 때의 차이이다. 앞서 기술 유입의 경로가 남측은 미국식에 근거하고 있으며, 북측은 러시아어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케이블(cable)’을 ‘까벨’ 또는 ‘케블’, ‘벡터(vector’)를 ‘벡토르’ 등으로 표기한다. 일부, 일본식 발음 표기 형식도 나타난다. ‘맵(Map)’를 ‘마프’ 또는 ‘매프’로, ‘래스터, ’주사(raster)’를 ‘라스타’로 표기한다.
셋째, 우리말 순화 과정에서 나온 낯선 의미의 단어들이다. 예를 들어, ‘버스(bus)’를 ‘모선’, ‘텍스처(texture)’를 ‘컽무늬’ 등으로, 그 용어만으로는 전문적인 뜻을 온전히 유추하기 힘들다. 남측의 ICT 전문용어 순화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 예를 들어, ‘누리꾼(netizen)’과 같은 용어는 그 의미를 잘 순화시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대비 되는 북측의 용어는 ‘망시민(netizen)’이다. 두 용어 모두 의미를 유추를 할 수 있으나, 활용 빈번도가 용어의 활용도 측면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넷째, 북측이 남측보다 우리말을 더 많이 발전시켜왔다고는 하나, 전문용어에 있어서는 한자로 이루어진 것이 많이 존재한다. 앞선 예인 ‘모선’ 역시 한자어로 그 의미를 표현하고 있으며, 흔히 쓰이는 ‘명령(command)’도 ‘지령’으로 북측의 문화적 특성이 한자어의 전문용어로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남북 모두 공통의 한자어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분단된 동안 한자어의 사용 역시 차이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는 올해 남북 ICT 용어 표준화 방안 연구를 수행하며 통일부 남북한 IT용어, 남북 과학기술 용어집 등 연구기관, 민간에서 작업되어진 남북 정보통신 분야 용어 사전에 수록된 단어와 북한의 ‘정보과학’, ‘과학원 통보’에 수록된 약 7,000여 개 단어를 대상으로 용어 비교 작업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형태적 일치도를 기준으로 AA, Aa, AB 세 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AA형태는 남측과 북측의 전문용어가 일치하여 동질성이 확인되는 것이고 Aa형태는 남북의 서로 다른 어문 규정으로 인한 표기 차이만 가지며 사실상 동질성이 확인되는 것 그리고 AB형태는 남측과 북측의 전문용어가 각기 달라서 이질성이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AB형태가 전체 샘플의 72%로 남북 정보통신 용어의 대부분이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AB형태로 분류된 샘플을 재분석한 결과 동일한 단어를 표기하는 방식 즉, 동일한 단어를 남북이 각각 러시아어, 영어, 한자어 등의 외래어로 재표기하기 때문에 용어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남북 정보통신 용어 연구, 사전 발간작업은 북한 정보통신산업의 변화가 두드러진 2012년 이후 남북 관계 경색으로 인해 일부 연구기관을 통해 명맥만 유지가 되었다. 과거 평양에 LCD 모니터 공장 설립을 추진한 대북사업자에 의하면 북측 근로자와의 협업 과정에서 남측의 전문용어를 이해시키는데 약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남과 북의 정보통신 교류 협력이 현재 산림, 철도분야와 같이 전문가 간 교류로부터 시작된다고 가정했을 때 협력 사업 활성화, 성과 제고를 위해서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북한의 정보통신 정책과 산업의 이해에 기여하는 남북 정보통신 용어 비교 연구가 필수적이다. 앞으로 출간되는 《겨례말큰사전》에 이어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용어가 담긴 《겨레말큰사전》이 편찬되어 남과 북의 교류 협력의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서소영 |

고려대학교 경영학전공 석사를 취득하였으며 2013년부터 남북 ICT, 방송분야의 교류협력 관련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5년과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수탁으로 남북 IT용어집을 편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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