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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물

_ 김영덕 / 겨레말큰사전 선임연구원

한여름의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며 차갑고 시원한 것을 찾게 된다. 선풍기와 에어컨을 틀고 냉면, 아이스커피, 팥빙수 등 시원한 여름 음식을 찾는다.
   최근 찻집에 가서 빙수 메뉴판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빙수가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콩고물과 인절미가 가득 올라간 빙수였다. 우리 전통의 재료를 이용해 시원한 여름 메뉴를 개발한 경우인데, 콩고물 특유의 고소한 맛과 향이 인절미와 잘 어울렸다. 고소한 콩고물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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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콩고물 맛이 혀끝에서 금세 녹아났고 몇 번 씹지 않아 찰떡 덩어리가 목구멍으로 저절로 넘어갔다. 《김원일: 불의 제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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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끼는 아까 낮에 신시장에 가서 사온 인절미 콩고물 고소한 냄새가 아직 그대로 묻어 있는 떡을 생각했던 것이다.《최명희: 혼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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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물을 담북 묻힌 찰떡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하였다.《리갑기: 사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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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무르게 쪄서 당분, 소금, 계피가루를 넣어 절구에 찧는다. 밤톨 크기로 둥글둥글하게 빚어서 콩고물이나 팥고물을 묻힌다.《박승일: 전통적인 지방음식 몇 가지》(북)
위의 예들은 《겨레말큰사전》 용례검색기에서 콩고물이 사용된 문장을 뽑은 것이다. 문장을 보면 남, 북 모두 같은 의미로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실제 국어사전에서는 어떻게 풀이되고 있을까?
《표준국어대사전》
  콩고물 [명사]
콩가루로 만든 고물.

《조선말대사전》
  콩고물 [명사]
  =콩보숭이.
  콩보숭이 [명사]
  닦은 콩을 봏아서1) 낸 가루. 찰떡 같은 데 묻혀 먹는다. [=]콩고물.
위의 풀이는 《표준국어대사전》(웹사전)과 《조선말대사전》(1992)의 뜻이다. 《조선말대사전》은 콩고물을 콩보숭이와 같은말로 보고 기본 뜻풀이를 콩보숭이에서 하고 있다. 찰떡 같은 데 묻혀 먹는 콩가루를 의미하는데 이는 《표준국어대사전》 풀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간혹 신문 기사나 소설을 읽다 보면 다른 의미의 콩고물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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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서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들을 중립이라고 하는데, 비겁한 사람들이다. 나서지 않고 있다가 당이 정상화되면 콩고물만 먹겠다는 속셈이다”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201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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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그렇게 살지 마. 마음을 그렇게 나쁘게 먹으면 못 쓰는 거야. 사촌이 땅 사면 왜 배가 아파, 같이 기뻐해야지. 그 속담 바꿔야 돼. 사촌이 땅 사면 콩고물이 떨어진다. 《천운영: 사촌이 땅을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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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사 책임자라 그러니 사정 좀 봐주쇼. 잘돼야 그쪽도 콩고물이 떨어질 거 아니오? 《강지영: 프랑켄슈타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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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도 마찬가지야. 공부시키고, 결혼시켜 가정을 이루었으면, 그걸로 끝이지, 행여 부모한테 떨어질 콩고물 더 있나 기웃거리는 것도 꼴불견이야. 《이명인: 낙타》
위의 예들은 사전에 나와 있는 콩고물과는 차이가 있다. 문맥을 보면 크게 노력하지 않고 가질 수 있는 이득 정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콩고물은 떡을 좀 더 맛있게 만든다. 콩고물 묻은 떡은 아무리 조심조심 먹어도 주변에 콩가루를 흘린다. 그러나 콩가루가 떨어져도 떡은 맛있다. 떨어진 콩가루가 떡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떨어진 콩고물이 떡에서 차지하는 딱 그 정도만큼의 이득이 아닐까 한다.
   이 새로운 쓰임은 꽤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려대 한국어사전》(2009)에는 “어떤 일이나 남에게서 공짜로 생기는 조그마한 이득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등재되어 있다. 《겨레말큰사전》에서도 이러한 쓰임을 반영하여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뜻풀이를 하면 어떨까 한다.2)
콩고물 [명]
① 콩가루로 만든 고물.
② 부수적으로 생기는 조그마한 이득.
1)
‘봏다’는 《조선말대사전》에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다. : (방아, 절구, 분쇄기 같은 것으로) 가루를 만들다.
2)
아래 풀이는 글쓴이의 견해이다. 《겨레말큰사전》의 의견이 아님을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