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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풀이 깁고 더하기

한자어 접미사 ‘-욕(欲/慾)’과 결합한 파생어의 뜻풀이

_ 남초록 / 겨레말큰사전 선임연구원

국어사전에는 한자어 접미사 ‘-욕(欲/慾)’과 결합한 파생어가 다수 등재되어 있다. ‘과시욕, 권력욕, 금전욕, 명예욕, 성취욕, 소유욕, 수면욕, 자식욕, 지식욕, 창작욕, 출세욕, 탐구욕’ 등이 그 예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서 이 낱말들을 찾아보면 뜻풀이에 사용된 유개념어가 사전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국어사전 내에서도 제각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파생어들에 대한 사전별 유개념어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사전의 뜻풀이
올림말 조선말대사전 연세현대한국어사전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과시욕 x ~ 욕구 x ~ 욕심
권력욕 x ~ 욕구 ~ 욕심 ~ 욕심
금전욕 ~ 욕심 ~ 욕심 ~ 욕심 ~ 욕심
명예욕 ~ 욕심 ~ 욕망이나 욕심 ~ 욕심 ~ 욕망
성취욕 × × × ~ 욕심
소유욕 ~ 욕심이나 욕망 ~ 마음 ~ 욕망 ~ 욕망
수면욕 × ~ 욕구 ~ 욕구 ~ 욕심
자식욕 × × ~ 욕심 ~ 욕심
지식욕 ~ 욕망 ~ 욕심 ~ 욕심 ~ 욕망
창작욕 × ~ 의지 ~ 의욕 ~ 의욕
출세욕 ~ 욕심 × ~ 욕망 ~ 욕망
탐구욕 ~ 욕망 ~ 욕구 ~ 욕망 ~ 마음
위의 표에서 유개념어들은 ‘~ 욕구’, ‘~ 욕심’, ‘~ 욕망’, ‘~ 의욕’, ‘~ 마음’, ‘~ 의지’, ‘~ 욕망이나 욕심’ 등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뜻풀이에 사용된 유개념어의 선택 기준이다. 한자어 ‘욕(欲/慾)’은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 모두 접미사로 처리하고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은 ‘욕구’ 또는 ‘욕망’의 뜻을 더한다고 보았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욕심’의 뜻을 더한다고 보았다.1)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욕(欲/慾)’과 결합한 파생어의 뜻풀이에서는 ‘욕구, 욕심, 욕망, 의욕, 마음, 의지’ 등의 유개념어가 일정한 기준 없이 사용되고 있다. 각 파생어의 뜻풀이에 사용된 유개념어의 선택은 과연 적절한 것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여러 유형의 유개념어 각각의 의미 특성과 ‘-욕(欲/慾)’과 결합한 선행 어근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마음’은 한자어 접미사 ‘-심(心)’과 결합한 파생어들의 뜻풀이에서 유개념어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논의에서 제외한다. ‘마음’을 제외한 나머지 유개념어들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욕구’는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바라는 것’으로, ‘욕망’은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간절하게 바라는 것 또는 그 마음’으로, ‘욕심’은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의욕’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나 욕망’으로, ‘의지’는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으로 뜻풀이하고 있다. 이들 어휘의 뜻풀이와 용법을 검토해 보면 모두 [+바람]의 의미 자질을 갖고 있다. 또한 ‘욕구’는 [+바람], ‘욕망’은 [+바람][+간절함], ‘욕심’은 [+바람][+분수에 넘침], ‘의욕’은 [+바람][+적극적], ‘의지’는 [+바람][+성취]로 의미를 분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욕구’는 다른 유개념어들을 아우르는 상위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공통의 의미 자질인 [+바람] 이외의 추가적 자질들은 ‘-욕(欲/慾)’과 결합한 파생어를 뜻풀이하는 데 필수적인 것들은 아니다. 오히려 어휘의 의미에 불필요한 정도성을 부여하고 뜻풀이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 그렇다면, 상위의 의미를 가지는 ‘욕구’만을 유개념어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욕구(need)’와 ‘욕망(desire)’을 구분하였는데, ‘욕구’는 순전히 생물학적 충동이자 신체기관의 요구에 따라 등장했다가 충족되면 일시적으로 완전히 약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반면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의 대상이자 타인의 인정에 대한 욕망으로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하였다.2) 이러한 라캉의 견해는 우리의 언어 현실과도 어느 정도 부합한다. 말뭉치를 검색해 보면 ‘본능적 욕구’가 23회, ‘본능적 욕망’이 5회, ‘세속적 욕구’가 1회, ‘세속적 욕망’이 14회의 빈도수를 보인다.3) 이를 통해 한국어 화자들은 대체로 ‘욕구’를 본능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반면 ‘욕망’은 세속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욕구’와 ‘욕망’의 이러한 의미 차이를 선행 어근에 적용하여 유개념어를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욕(欲/慾)’과 결합한 선행 어근의 특성을 살펴보자. 선행 어근은 크게 서술성 명사와 비서술성 명사로 분류할 수 있다. ‘과시, 성취, 소유, 수면, 창작, 출세, 탐구’는 서술성 명사이며, ‘권력, 금전, 명예, 자식, 지식’은 비서술성 명사이다. 따라서 선행 어근이 서술성 명사인 경우에는 ‘~하려는 욕구/욕망’의 형식으로, 비서술성 명사인 경우에는 ‘~을 얻으려는 욕구/욕망’의 형식으로 일관되게 뜻풀이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선행 어근이 서술성 명사인 경우에는 그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선행 어근의 뜻을 풀어서 뜻풀이에 반영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여 표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선행 어근의 특성
올림말 선행어근 통사적 기준 의미적 기준 유개념어
서술성 비서술성 본능적 세속적
과시욕 과시 o x x o 욕망
권력욕 권력 x o x o 욕망
금전욕 금전 x o x o 욕망
명예욕 명예 x o x o 욕망
성취욕 성취 o x x x 욕구*4)
소유욕 소유 o x x o 욕망
수면욕 수면 o x o x 욕구
자식욕 자식 x o o x 욕구
지식욕 지식 x o x x 욕구*
창작욕 창작 o x x x 욕구*
출세욕 출세 o x x o 욕망
탐구욕 탐구 o x x x 욕구*
위의 표를 토대로 하여 뜻풀이를 고쳐 보았다.
사전의 뜻풀이
올림말 고친 뜻풀이
과시욕 자랑하여 보이려는 욕망.
권력욕 권력을 얻으려는 욕망.
금전욕 금전을 얻으려는 욕망.
명예욕 명예를 얻으려는 욕망.
성취욕 목적한 바를 이루려는 욕구.
소유욕 자기 것으로 가지려는 욕망.
수면욕 잠을 자려는 욕구.
자식욕 자식을 얻으려는 욕구.
지식욕 지식을 얻으려는 욕구.
창작욕 새로운 예술 작품 따위를 만들려는 욕구.
출세욕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해지려는 욕망.
탐구욕 진리, 학문 따위를 파고들어 깊이 연구하려는 욕구.

1)
참고로 ≪우리말큰사전≫도 ‘욕(欲/慾)’을 접미사로 처리하고 있다. 반면 ≪조선말대사전≫과 ≪연세현대한국어사전≫,
≪금성판 국어대사전≫에는 ‘욕(欲/慾)’이 등재되어 있지 않다. 선행 어근에 후행하는 한자어 ‘욕(欲/慾)’을 접미사로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한자어 접미사 설정 기준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 ‘욕(欲/慾)’의 형태론적 지위를 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기로 한다. 따라서 필자는 ‘욕(欲/慾)’을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의 처리 기준에 따라 접미사로 보고, 선행 어근에 후행하는 한자어의 의미와 이와 결합한 각 파생어의 의미 분류에 관심을 둔다.
2)
두산백과 http://www.doopedia.co.kr (검색어 : 욕망)
3)
민족문화연구원 현대한국어 용례검색기(SJ-RIKS) http://db.koreanstudies.re.kr/
4)
‘*’표는 의미적 기준이 모두 ‘×’일 경우인데, 두 가지 기준만으로는 유개념어를 결정하기 어려워 상위의 의미를 갖는 ‘욕구’를 유개념어로 선택하였다. 보다 세밀한 기준을 정하기 위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