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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은 겨레얼 입니다 겨레말큰사전 누리판 2015.06

겨레말이 만난 사람

토박이말 살리기 운동하는 배달말지기 이창수 선생님

   비속어, 은어, 외래어의 범람 속에서 우리 조상의 삶과 얼이 담긴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창수 선생님을 서면 인터뷰로 만나보았다.
   누리집에 날마다 새로운 토박이말을 찾아서 올리고, 토박이말을 쉽게 가르치기 위해 연구하는 ‘배달말지기’를 응원하며, 많은 사람들이 토박이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쓰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토박이말이 무엇인지 예와 함께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좋은 자리에 설 수 있게 해 주셔서 제가 오히려 고맙습니다. 토박이말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만들어 써 오던 말이나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 만든 말을 뜻합니다. 하늘, 땅, 사람, 기쁘다, 아름답다, 시나브로, 짜장과 같은 말이 토박이말입니다.
   토박이말은 흔히 순우리말, 고유어와 같은 뜻이라고 보면 쉽게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토박이말에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걸어오신 삶과 얼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 깊이와 넓이가 깊고도 넓답니다. 우리는 한글이 온 누리에서 가장 으뜸 가는 글자라고 자랑스럽게 여기는데 그 한글을 낳은 우리말 어머니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신데요. ‘토박이말’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토박이말을 어떤 방법으로 조사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이들 배움을 돕는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왜 공부를 어려워하고 재미없어 하는지 그 까닭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아이들이 배우는 배움책이 어려운 말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배우고 익히기 쉬운 토박이말로 가르치는 걸 꿈꾸게 되었고 그 꿈을 이루려고 이렇게 터울거리고 있습니다. 토박이말 조사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말모이(사전)와 책에 나오는 토박이말 가운데 알고 쓰면 좋을 만한 것들을 찾아 하루에 하나씩 맛보여 드린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한답니다.

우리가 잃었던 나라를 되찾고 가장 먼저 했던 우리말 도로 찾기를 제대로 못 한 채, 일흔 해를 지내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 삶이 우리 토박이말과 너무 멀어져 버린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앞서 토박이말의 몇 가지 예를 들어주셨는데요. 그 외에 토박이말 몇 가지를 더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박이말에 짜장, 꽃등, 모갯돈, 곰살궂다, 띠앗, 겨끔내기, 여우볕, 새물내, 풀치다, 안차다, 너울가지, 지며리, 늘품과 같은 말들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낯설고 어렵다고 하지만 맛을 들인 아이들은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바로 말과 글 속에 넣어 쓰는 걸 보면서 기운을 얻습니다.
* 편집자 주)
짜장은 ‘과연 정말로’, 꽃등은 ‘맨 처음’, 모갯돈은 ‘액수가 많은 돈’, 곰살궂다는 ‘태도나 성질이 부드럽고 친절하다’, 띠앗은 ‘형제나 자매 사이의 우애심’, 겨끔내기는 ‘서로 번갈아 하기’, 여우볕은 ‘비나 눈이 오는 날 잠깐 났다가 숨어 버리는 볕’, 새물내는 ‘빨래하여 갓 입은 옷에서 나는 냄새’, 풀치다는 ‘맺혔던 생각을 돌려 너그럽게 용서하다’, 안차다는 ‘겁이 없고 야무지다’, 너울가지는 ‘붙임성’, 지며리는 ‘차분하고 꾸준히’, 늘품은 ‘앞으로 좋게 발전할 품질이나 품성’을 뜻하는 토박이말이다.
선생님이 맛보여 주는 토박이말을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꾸려가고 있는 누리집이 있습니다. 배달말지기 누리집 배달말누리(http://baedalmal.kr)에 오시면 날마다 새로운 토박이말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누리어울림마당(에스엔에스, SNS)에서 ‘배달말지기’를 찾아 동무(친구)가 되시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토박이말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똑손말틀(스마트폰) 풀그림(앱) 가게에서 ‘토박이말누리’를 내려 받으시면 토박이말, 토박이말 노래, 토박이말 이름과 토박이말 놀이를 하시면서 토박이말을 맛보고 익히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 토박이말 살리기 운동도 여러 가지로 진행하고 계신데요. 누리집 운영 외에 다른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온 누리 으뜸 글자 한글 바탕, 깊고도 넓은 우리말 어머니, 토박이말을 온 누리에”라는 말을 앞세우고 토박이말을 살리는 데 힘과 슬기를 모으고 있는 ‘토박이말바라기’ 모임을 꾸려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만들어서 올해 사단법인으로 거듭나는 모두모임(창립총회)를 마치고 한 걸음씩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토박이말을 더 잘 가르치고 배우고자 하는 갈침이들 동아리, 푸름이들 동아리를 돕고 있으며, 토박이말 교육을 특색 교육 활동으로 하고 있는 진주교육지원청을 도와 토박이말 알음알이 잔치,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 잔치, 토박이말 열매 나누는 잔치들을 두 해째 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토박이말 운동을 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어떤 어려운 점이 있었는지요?
   우리가 잃었던 나라를 되찾고 가장 먼저 했던 우리말 도로 찾기를 제대로 못 한 채, 일흔 해를 지내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 삶이 우리 토박이말과 너무 멀어져 버린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토박이말을 보고 다른 나라 말처럼 여기며 낯설고 어렵다고 하는 걸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어른들 자리에서 보고 어렵다 생각하고 아이들한테 이런 토박이말이 있다는 것조차 알려 주려고 하지 않는 게 가장 힘이 듭니다. 아이들에게 다른 나라 말은 더 많이 더 잘했으면 하고 바라면서 말이지요. 여느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 한 채 살아도 앞에서 이끄는 사람들은 좀 제대로 알고 챙겨 주면 좋겠는데 그런 이끎이도 없는 것이 슬프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은어와 비속어의 사용이 지나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토박이말 교육 시 효과나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한 사람이 쓰거나 하는 말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도 하고, 그 사람 얼(정신세계)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말을 쓰며 서로 할퀴고 생채기를 내는 것이 어찌 아이들 탓이라 하겠습니까. 그런 걸 보여 주고 그런 말로 밖에 제 느낌, 생각을 드러낼 수밖에 없도록 만든 어른들 탓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넉넉한 토박이말을 맛보여 주고 익힐 수 있게 해 주면 아이들은 모자람이 없는 말들로 느낌과 생각들을 막힘없이 주고받으며 다툼없이 잘 지내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기분 좋아도 그렇고 나빠도 거칠고 나쁜 말을 쏟아내던 아이들 입에서 토박이말이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것을 본 사람들은 더 잘 압니다. 왜 우리가 토박이말을 챙겨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우리가 몸을 살리려고 좋은 먹거리를 챙기듯 우리 얼을 살리려면 토박이말을 챙겨야 하는 것입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처음에 토박이말을 낯설어하고 가까이 하게 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일수록 아무런 거리낌 없이 토박이말을 얼른 받아들이고 즐겨 쓰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토박이말 맛을 들여서 둘레 사람들에게 많이 나눠 주시게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낯선 말이 아닌 낯익은 말이 되어 모두가 막힘없이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다리 구실을 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토박이말과 관련하여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이제 사단법인으로 거듭나는 ‘토박이말바라기’가 더욱 튼튼한 모임이 되도록 힘을 써야 하겠고, 우리 아이들이 쉬운 토박이말로 된 배움책으로 쉽게 배우고 익히는 길을 열어 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 남는 겨를에 마음껏 뛰어 놀면서 꿈도 꾸고 그 꿈을 키워서 저마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겨레말큰사전≫에 우리 토박이말이 오롯이 실렸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떤 말보다 먼저 더 많이 빠짐없이 들어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가장 즐겨 쓰는 말모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나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앞으로 토박이말 맛을 들여서 둘레 사람들에게 많이 나눠 주시게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낯선 말이 아닌 낯익은 말이 되어 모두가 막힘없이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다리 구실을 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말모이, 책 속에 잠들어 있는 토박이말을 우리 삶 속으로 데리고 오는 데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말이 우리말다워지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